IB Church

큐티/공지

청년 시절, 해가 지는 그 시간이 너무나도 싫었습니다. 절망적이었습니다. 오늘 한 것도 별로 없는데, 살아가야 할 것도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는데, 한 걸음도 제대로 걷지 못한 것 같은데 벌써 하루가 끝난다는 생각에 저녁놀은 늘 스스로를 비참하게 만들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울증에 걸렸던 적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자면서 스스로에게 한 것도 없으면서 잠이 오냐?’ 아침에 눈을 뜨면 할 일도 없으면서 또 살아났냐?’ 식사할 때가 되면 니가 먹어서 뭐할 건데?’ 스스로에게 비아냥거리며 저주하던 때도 있었습니다.

 

찬양의 가사가 쓰라렸던 과거를 생각나게 했습니다.

날이 저물어 갈 때, 빈들에서 걸을 때, 그때가 하나님의 때, 내 힘으로 안 될 때, 빈손으로 걸을 때, 내가 고백해 여호와이레 주가 일하시네 주께 아끼지 않는 자에게 주가 일하시네 신뢰하며 걷는 자에게

 

찬양을 듣고 또 찬양을 부르면서 많이도 울었습니다. 청년 시절 나의 모습을 생생히 다시 보았습니다. 얼마나 처절하게 바닥 인생을 살았는지, 우울증 가운데서도 어떤 위로도 없이 버티며 살았는지, 스스로를 얼마나 저주하며 살았는지를 기억하니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참 감사한 것은 바닥을 치는 인생의 시간 가운데 마지막에 했던 것은 늘 기도였습니다. 마음을 털어놓을 친구도 없었고 무언가를 할 수 있는 형편도 아니었기에 매번 했던 것은 자괴감에 빠진 나를 기도의 자리에 옮겨놓는 일이었습니다꿈도 없고 기쁨도 없는, 감사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기도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하나님도 듣기 참 거북하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그 절규와 같은 고백을 하나님은 들으셨습니다. 견디고 버티게 해주셨고 살게 하셨습니다. 기도하는 자체를 기뻐하신 것 같습니다.

 

과거에 대해 회개한 것은 많지만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그 모든 삶의 모습들이 나를 만들어낸 과정이었다고 믿습니다. 그 과정 가운데서 모난 부분은 깨뜨리셨고 연약함을 깨닫게 하셨으며 기도의 자리를 넘어 예배의 자리에 서게 하셨기 때문입니다하나님은 우리 각자의 감정까지도 세심하게 다뤄주시는 분입니다. 천지를 창조하신 그 놀라우신 하나님은 너무나도 작은 우리의 마음과 감정의 한 조각까지 빠뜨리지 않고 온전함으로 만들어 가십니다. 그 하나님을 최악의 상황에서 경험했기에 믿음은 더 굳건해졌습니다.

 

그래서 늘 여호와 이레(예비하시는) 하나님, 일하시는 하나님, 나를 홀로 두지 않으시는 하나님, 어떤 상황 가운데서 나를 붙드시고 인도하시는 하나님을 잊지 않습니다. 놓치지 않습니다. 절망 가운데 소망으로 삶을 이끄신 선하심에 늘 감사합니다수많은 상처와 아픔을 분노와 고집, 악과 깡으로 살아오던 삶에 자유를 주시고 사랑으로 채워주시는 놀라운 하나님을 경험했기에 사람들과는 다른 방법으로 세상에 받은 만큼의 소망을 흘려보내며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국밥 한 그릇 먹으면 추운 날씨도 시원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그리스도의 사랑이 부어짐으로 찬란하고 따스한 햇살에 더 감사하며 기대하는 오늘 되시기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우리가 사방으로 우겨쌈을 당하여도 싸이지 아니하며 답답한 일을 당하여도 낙심하지 아니하며 박해를 받아도 버린 바 되지 아니하며

 거꾸러뜨림을 당하여도 망하지 아니하고 우리가 항상 예수의 죽음을 몸에 짊어짐은 예수의 생명이 또한 우리 몸에 나타나게 하려 함이라

 우리 살아 있는 자가 항상 예수를 위하여 죽음에 넘겨짐은 예수의 생명이 또한 우리 죽을 육체에 나타나게 하려 함이라” (고린도후서 4: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