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Church

큐티/공지

저는 늘 식욕이 있는지 없는지 잘 알 수 없는 삶을 살아갑니다. 어렸을 때부터 배고픈 게 익숙해서인지 뱃속에서 꼬르륵 거리는 소리를 밥 달라는 소리로 잘 인식하지 못합니다. 그냥 잘 타이르거나 무시합니다. 먹는 것을 삶의 유일한 즐거움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데 저 스스로를 봐도 신기한 것 같습니다.

 

심한 장염으로 며칠 째 제대로 먹지 못하니 지나가는 음식점마다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전에도 장염을 앓아봤고 금식도 했었지만 이렇게 식욕이 생기는 건 처음입니다성장할 때는 지났고 살이 찌려고 하는 것인지 몸 상태가 영 좋지 않아서 몸에서 자극을 주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처음 경험해보는 식욕입니다.

있어도 안 먹고 줘도 먹는 시늉만 하고 늘 무엇을 먹든지 세 입 정도만 먹으면 그만 먹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식욕하고는 담을 쌓고 살아왔는데 참 신기합니다.

 

먹지 않는 것과 먹지 못하는 것은 완전히 다릅니다.

 

가까운 지인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식욕이 없다는 것은 건강하지 않은 것일 수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요즘 식욕이 생기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영양분이 채워지지 않아 부족해서 그럴 수 있겠지만 마음과 생각에 건강이 불어넣어졌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에 대한 나만의 인식이 바뀌고 내가 생각했던 하나님으로 제한하며 살아왔던 것을 깨닫고 회개한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머리로 알던 것을 마음으로 느끼는 순간, 지식으로만 존재하던 것이 믿어지는 순간이 저에게 있었습니다.

 

마치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믿는다고 고백하며 교회를 다니다가 어느 날 설교 한 마디, 말씀 한 구절, 찬양 가사 한 줄이 내 마음을 녹이고 내리쳐 십자가의 사건이 나를 위해, 내 죄를 위해 죽으셨다는 것이 믿어지시는 순간과도 같았습니다.

 

그래서 주시는 마음 그대로를 내뱉으며 기도해봤습니다. 기도의 내용은 참으로 놀라웠습니다. ‘너무 큰 것은 아닌가? 너무 많은 것을 요청한 것은 아닌가? 내가 과연 하나님의 큰 그림을 그려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성령님은 창조의 영()입니다. 생명의 영이고 지혜와 사랑의 영입니다. 창조의 순간부터 지금 우리 마음의 자리까지 함께 해주시는 놀라운 분입니다. 내가 제한하고 감히 상상할 수 없는 분입니다. 잠시 돌아보니 내 기도가 아닌 성령님이 주시는 기도였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 수준에서, 지금 내 상태에서 나올 수 없는 기도였기 때문입니다.

 

먹지 않는 것과 먹지 못하는 것은 완전히 다릅니다. 내 소원을 기도하는 것과 내 입술을 통해 기도해주시는 것 또한 완전히 다릅니다.

 

나를 살리시고 나를 이끄시며 나를 그 무엇보다 사랑하시는, 나와 동역하시는 하나님과 동행하는 오늘 되시기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내가 입을 여니 내 혀가 입에서 말하는구나 내 마음의 정직함이 곧 내 말이며 내 입술이 아는 바가 진실을 말하느니라 하나님의 영이 나를 지으셨고 전능자의 기운이 나를 살리시느니라” (욥기 33:2-4)